기독교를 경계하는 이유는

기독교를 경계하는 이유는

가로수 0 762 2023.11.10 14:19
무엇보다도 제가 기독교를 경계하는 이유는 그것이 확신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깊은 숙고 없이도 확신할 수 있도록 하는 그 무서운 마력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내 편에 있다고 하는 근거 박약한 확신이 신앙인의 그릇됨을 부채질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선하고 또 어느 정도 악합니다.
모두가 지고지선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서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으며 또한 그것을 감싸고 어루만지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라는 약하면서도 존엄한 존재입니다.
나는 이미 정결하니 이제 너희를 정결하게 해 주마라는 식의 세례 요한적인 오만한 확신이 우리를 불행하게 합니다.
인간은 확신을 감히 내릴 역량이 없는, 불완전한 지성과 불완전한 덕성을 가진 존재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존엄합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끊임없이 반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반성의 능력마저 앗아가는 확신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지 사소한 예를 보여드리지요.
십자군 전쟁에서 연전연패하던 교황 이노센트 3세는 창 끝을 돌려 프랑스 남부 랑그도크 지방의 이단을 말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 이단들이란 지상의 성 유물과 유적에 무관심하며 따라서 살육과 약탈로 점철되던 부도덕한 십자군 전쟁을 혐오하던 카타리 파입니다.
1209년 시토 대수도원의 아르노 아말릭 수도원장은 카타리 파의 도시 베지르를 침공했습니다.베지르 시는 약탈을 피하기 위해 십자군에게 항복하고 말았지요.
군인들은 자신들의 주목적인 약탈을 못 하게 되었고 아말릭 수도원장은 그들에게 무언가 보상하기 위해 항복했다고 하지만 선량한 시민들 사이에 숨어 있을 이교도를 색출하여 죽여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군인들이 참된 기독교인과 이단을 구별하는 방법을 묻자 아말릭은 오늘날까지도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 유명한 말을 남깁니다.
"모두 죽여라. 참된 기독교인은 하느님께서 알아보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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