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을 밀어?"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사과) 하세요. 당신 이름 뭐야?"
지난달 30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반말 갑질' 영상이 입길에 올랐다. 선거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표결이 통과된 이날 장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빠져나가려다가 이를 저지하려던 국회 방호과 직원에게 이 같이 말했다.
배경은 이러했다. 패스트트랙 표결에 대해 한국당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공방이 지속됐지만,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선거제 개혁안 패스트트랙 지정안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 한국당을 제외하고 여야 4당 소속 12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의결정족수인 5분의 3(11명)을 충족하자, 심 위원장은 결과를 발표하려했다.
이에 장 의원은 '회의 중 폐문'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당시 회의장은 심 위원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시켜 출입구가 통제된 상황이었다. 이에 심 위원장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국회 방호과 직원들을 불러 장 의원을 제지토록 했다. 이에 장 의원이 거칠게 반응하면서 '갑질 논란'과 '국회의원 특권 의식 논란'을 빚은 것이다.
장 의원은 "이보세요. 내가 나가려고 그래요"라며 "어딜 잡냐"고 물었다. 이어 장 의원은 "국회의원을 미는 것이냐"라고도 말했다. 이에 국회 직원이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장 의원은 "정식으로 (사과) 하라. 당신 이름 뭐냐"며 직원을 압박했다. 이를 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죄 없는 국회 직원을 겁박하냐"면서 "그러지 말라"고 나서기도 했다.
장 의원의 발언은 관련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매체를 통해 공개된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누리꾼들은 "국회의원이 대체 뭔데 저렇게 말하냐"거나 "권위 의식 놀랍다" "국민이 뽑아준 사람인데 자기가 귀족인줄 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국회의원 특권 의식, 하도 많이 봐서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앞서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수차례 특권 의식에서 비롯한 갑질로 비판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공항 보안직원과 언쟁을 벌이며 '갑질'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에서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공항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 달라고 하자 이를 거부했다.
특히 김 의원이 "내가 국토위원회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느냐,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를 안 서네"라며 특권 의식을 드러내고, "야, (공항공사) 사장한테 전화해"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논란이 커졌다. 이에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서울 남부지검에, 자유청년연합·자유한국당정상화를위한평당원모임·청년보수연대는 서울 중앙지검에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김 의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에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현장에서 권석창 전 한국당 (제천·단양) 의원이 국회의원 신분을 내세워 들어가 사진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져 비판의 중심에 섰다. 당시 권 전 의원은 사고현장의 통제권이 경찰과 소방당국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국회의원인데…"라며 사고 현장에 출입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이전의 국회의원 특권의식·갑질 논란은 그 자체로 문제 소지가 있지만, 이번 장 의원의 국회의원 특권의식·갑질 논란과는 구분지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은 자신들이 '민주주의의 대변인' 혹은 '민의와 정의의 대변인'이라고 여긴다"면서 "장 의원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왜 (민의의 대변인인) 나를 핍박하냐'고 강조하고 싶어서 자신이 국회의원임을 힘주어 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즉 한국당이 패스트트랙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한국당을 저지하는 세력을 모두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상정함으로써, 자신을 저지한 국회 직원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박 교수는 "이는 한국당의 시각이고, 국민은 이에 냉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기존에 법을 잘 지키고, 국회직원들을 존경하는 등 평소 국민에게 신뢰를 줬었다면 이처럼 냉랭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